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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 | art

미친 사람처럼 실리카겔만 듣는 근황 (부제: 실리카겔 입덕 후기)

by 소빛✨ 2023.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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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사람처럼 실리카겔만 듣는 근황

근 몇 주간 미친 사람처럼 밴드 실리카겔의 음악만 듣고 있다. 실리카겔을 예전부터 알긴 알았는데, 몇 년 동안 아주 느리게 스며들다가 이번 펜타포트 라이브를 보고 나서부터 예상치 못하게 아예 푹 담궈져(?) 버리게 되었다.


실리카겔 @2023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몇 년 전 맨 처음 실리카겔의 음악을 접했을 때 '낯설고 특이하네, 거대한 기계가 노래하는 것 같다' 정도의 인상만 있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이 독보적인 느낌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다. 무엇과도 비슷하지 않은 이 꺼끌꺼끌한 반짝이는 모래 같은 느낌.


실리카겔 김한주의 교주 같은 사진
교주 같은 실리카겔 보컬 김한주. 김태리 닮았다. (출처: 위 유튜브 영상)



실리카겔을 단지 '알기만 했던' 몇 년 동안은 라이브가 아닌 음원으로만 접했었고, 그냥 귀로 들으면서 상당히 특이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번 라이브를 보고 깜짝 놀랐다. 들을 때 보컬 목소리가 되게 걸걸하고 특이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라이브로 우연히 보컬의 본체(?)를 보니 너무 아기왕자님처럼 생긴 것이었다.. (저런 헤어스타일을 하고 -뒷머리를 봐야 한다- 사람이 참 잘도 저렇게 예쁠 일인가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편견이 많은 사람이었나(?) 반성하게 될 정도로 목소리와 얼굴의 그 갭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실리카겔의 음악이 갑자기 강하게 각인이 된 것도 있는 것 같다ㅋㅋㅋ 실제로 실리카겔 라이브 영상이나 보컬 김한주의 인스타 라이브 댓글에는 "한주야 네가 내 장원영이다" 같은 말들이 심심찮게 등장하는데.. 동의할 만한 주접이라고 생각한다.
 
 

실리카겔 김한주 입덕영상

삑사리 내는 김한주 + 닥치라고 들은 김한주

삑사리 내고 자기도 웃긴 김한주

 

관객의 "가기 싫어요"를 "닥쳐요"라고 듣고 동공지진하는 김한주

 
위 두 개 영상이 개웃겨서 나도 모르게 계속 반복해서 보다가 나도 약간 입덕을 하게 된 부분을 admit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김한주 데헷

김한주 데헷

 
이건 귀엽고 약간 감동(?)적이다. 여전히 관객의 말은 잘 못 알아듣지만.. 팬들의 요청에 성실하고 보컬답게(?) 응답하는 자세.. 그리고 뒤에서 한결같이 미어캣처럼 보조 청력(?)이 되어 주는 베이시스트..
 
 

개인적인 실리카겔 곡 입덕 순서

나는 NEO SOUL -> Kyo181 -> 9 -> Mercurial -> Realize -> No Pain -> Budland 순서로 흐르면서 입덕했다. 한번 꽂히면 한 곡당 최소 3일간 그 한 곡만 지독하게 백번이고 천번이고 들었다.

이외에 좀 더 실험적이긴 한데 뚝방길이랑 두 개의 달도 좋다. 전래동화 같고 상큼하고 신기함.


어제 발매된 따끈따끈한 신곡 Tik Tak Tok



그리고 어제는 타이밍 좋게도 신곡 Tik Tak Tok(틱택톡) 이 발매되어서 아껴 뒀다가 오늘 처음 들었다. 개맛있네요... 기타솔로가 거의 신들린 정도이고 같이 등장하는 황소윤 보컬도 극락이다. 이전에 새소년 곡을 프로듀싱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친분이 두터운 것 같고 나는 이 조합이 너무 행복하다..
 
 

실리카겔의 가사

난해하지만 용기있고 따뜻한 가사

실리카겔의 많은 부분이 특이하지만 그중 가사가 한 축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가 내 첫인상이었고 (Kyo181로 실리카겔을 처음 접했기 때문에 더 그런데, 시인 이상이 떠오르면서 오랜만에 현대문학을 만난 기분이었다.) 가사가 특이하다 느낀 건 정확히는 두 가지 측면인데
1) 일단 가사를 안 보고 듣기만 할 때 그 가사처럼 들리지 않는다. 한국어였어..? 싶은 부분들도 개인적으로 좀 있었다. (일부러 의도해서 발음을 뭉개는 건지 의도치 않은 건지는 모르겠다)
2) 가사 자체가 특이하다.
 
나는 이번에 덕통사고 당하듯 실리카겔에 풍덩하고 나서야 처음으로 자막 켜고 보듯이 가사를 제대로 읽어보게 되었는데, 가사와 같이 음악을 들으니 무슨 의도와 배경에서 만들어진 건지 좀 난해하긴 한데 전체적으로 솔직하고 용기 있는 표현이라 느꼈다.
 
- No Pain 같은 경우는 초반 기타리프가 너무 유명해서 나도 와우 애니오프닝쌉뚝딱~~하고 신나는 느낌으로만 기억했는데 가사를 읽어보니 매우 따뜻하고 감동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최애가사 곡이다.
- 다른 예시긴 한데 데저트 이글은 김한주가 군대에 있을 때 아무 음악도 들을 수 없고 뭘 할 수가 없어 괴로울 때 겨우 작은 수첩을 구해서 거기에 쓴 곡이라고 한다. 심상의천재...
- 9의 "꽃가루" 부분이 너무 좋다. 진짜 시각적으로 꽃가루가 흩뿌려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 느낌을 단어로 이렇게 표현냈다는 게 특별하게 좋다.

약간 낯선 측면도 분명히 있다

머큐리얼의 가사 말마따나 실리카겔 음악의 어떤 부분은 약간 괴기스럽고 엽기적으로 느껴지는 뉘앙스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약간 에반게리온이나 매트릭스 느낌이 든다. 어쨌건 다른 한국 밴드에서, 그렇다고 딱히 일본 밴드에서도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느낌을 실리카겔은 가지고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대체할 수 없는 독보적인 개성을 사랑하는 취향이지.
 
 

실리카겔의 음악 톤

실리카겔은 톤도 정말 특이하다. 아니 기타톤이 어떻게 이렇게 시원하고 메탈릭할 수가 있는 거지?
 
아주 슬프고 애석하게도 나는 이번 2023 펜타포트 때 실리카겔의 공연을 실제로는 거의 보지 못했는데(첫날 엘르가든을 보느라 너무 모든 것을 쏟아서 둘째 날 체력 난조로 늦게 입장했다) 송도달빛축제공원역에서부터 공연장까지 걸어오고 입장하면서 실리카겔의 라이브를 멀리서 들었는데 와 이 시원한 기타톤이 실제로 이렇게 구현이 되는구나 하고 정말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보컬 톤도 워낙 특이하다. 첫인상에서 언급했듯, 개인적으론 거대한 기계가 노래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보고 말 거야 실리카겔 공연

여하튼 위와 같은 여차저차한 과정을 거쳐서.. 실리카겔에 푹 빠져들어 근 몇 주째 실리카겔의 전곡을 무한반복하고 있다. 당분간은 틱택톡을 맛보고 즐기며 소화할 수 있어 기쁘고.. 앞으로도 계속 멋진 음악을 많이 만들어 주고 무엇보다 공연을 많이 해 줬으면 좋겠다. 라이브로 들으면 굉장히 행복하고 자극적일 것 같다.
 
 

덕질 tip: 실리카겔의 재미있는 영상

이제 글을 마치려고 하는데 그전에 나처럼 비슷하게 입덕하신 분들을 위해 유용한(?) 영상을 하나 놓고 가겠다. 베이시스트 최웅희의 유튜브 채널인데 채널 이름과 프로필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개웃기다. 뭐 화려하거나 시끄러운 건 없는데 모든 순간이 조용하게 돌아있음. 
 

실리카겔 어썸 모먼츠 (SILICAGEL AWESOME MOMENTS)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인생은 대부분의 순간이 지루함을 참는 긴 과정이고, 즐겁고 짜릿한 시간은 늘 짧고 인내해야 하는 지겨운 시간이 더 길지만, 이렇게 시공간을 점프해 신기한 정신세계 속에서 유영할 수 있게 해 주는 멋진 음악들이 있어서 좀 그나마 살 만하고 버틸만한 것이 아닌가 한다.

∙∙∙ 같은 개똥철학을 펼쳐놓으며 이만 입덕 후기를 마쳐 본다. 🐌 ∙∙∙
 
그러면 저는 이만 틱택톡을 해부하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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