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 | art

미친 사람처럼 바밍타이거만 듣는 근황

소빛✨ 2024. 2. 14.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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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정신 차리고 보니

나는 요즘 몇 주째 심하게 같은 가수의 노래만 미친듯이 듣는 중인데 그 가수는 바로 바밍타이거(Balming Tiger).
 

바밍타이거(Balming Tiger)
바밍타이거(Balming Tiger)

 
 

시작은 열린음악회였다

갑자기 만난 당황스러운 영상

몇 주 전 아침에 잠이 덜 깬 상태로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하고 있었다.

제대로 정신이 있지도 않은 채로 무연하게 사람들의 인스타 스토리를 보는데 평소 취향이 멋지다고 생각해 팔로우하고 있는 어떤 분의 스토리에 좀 이상한(?) 영상이 있었다.
 
배경이 분명히 열린음악회인데 무대에서 공연하고 있는 사람들이 좀 이상했다. "열리다못해 문짝이 떨어져 나간 음악회"라는 그 분의 심상치 않은 캡션과 함께∙∙∙
 

바밍타이거 - Buriburi + Pigeon and Plastic @2024 열린음악회

 
이 영상이었다. 처음에 봤을 때 눈을 약간 의심했다. 내가 뭘 본 거지?
 
잠이 덜 깬 상태였지만 확실한 이상함을 감지하고, 보통 잘 안 그러는데 남의 인스타 스토리에서 본 걸 유튜브에 검색해서 풀버전을 봤다. 와 풀버전으로 보니까 더 이상했다. 뭐지 이 이상한 사람들은?
 
(당신이 이 영상을 처음 봤다면 사이사이 나오는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하고 굳은 관객들의 표정이 당신의 표정일 것이다. 정상이다.)

 

애플뮤직으로 옮겨서 음악을 들어봤다

저 이상한 영상(?)을 처음 접하고 혼란에 빠져 있는 사이 어느새 역에 도착해 걸어가야 해서 애플뮤직으로 옮겨서 인기곡을 위에서부터 재생하기 시작했다.
 

바밍타이거의 애플뮤직 인기곡
바밍타이거의 애플뮤직 인기곡

 
 

섹시느낌

첫 곡부터 일단 제목이 또 범상치가 않다. 지하철에서 걸어가면서 듣는데 아니 이 음악은 대체 뭐야∙∙
 
처음엔 이게.. 뭐지..? 하고 일단 당황스럽다가 정신을 차리고 좀 들어보니 이어폰을 끼고 듣고 있는데도 왠지 모르게 약간 더티섹시한 느낌인데.. 그게 막 싫지는 않은.. 그런 희한한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훅 부분 ("우리 모두 섹시느낌") 목소리가 너무 변조한 것처럼 쌉낮아서 이거 약간 웃기려고 하는 건가? 헷갈리는 느낌이었는데 점점 웃긴 느낌과 섹시한 느낌이 왔다갔다하더니 계속 듣다보니 섹시느낌이 맞는 것 같음 ( ◠‿◠ );
 
 

RM 너무 행복해 보임

 
이 노래는 BTS의 RM이 피쳐링을 했다. 모든 랩 부분이 좋고, 공연 영상을 보니까 안무도 (간단한데 효과적으로) 섹시하다. 노래의 의미도 너무 좋았다.

섹시느낌 의미


섹시함을 표방하는 노래들이(특히 힙합 중에) 자칫 불쾌하거나, 하나도 야하지 않으면서 구리거나 즉물적이거나 천박하게만 느껴지기가 쉬운 것 같은데(안 그런 노래를 많이 못 본 것 같다) 이 노래는 느낌이 강한데도 불쾌하게 느껴지는 부분 없이 순수하게 섹시하기만 해서 신기하고 귀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으로 만든 노래라 그랬나보다.
 
 

SEXY NUKIM

 
유튜브에 공식 뮤직비디오와 안무 비디오, 연습 비디오 등 여러 버전이 있다. 이 영상은 교복 입었다가 찜질방 옷 입었다가 좀 웃기고 소박한데 그래서 더 소탈하고 귀여움...
 
근데 이 영상 댓글을 보면 사람들이 '섹시와는 담 쌓은 세 래퍼가 열심히 애쓰는 게 너무 귀엽다'고 하는데 나는 볼수록 BJ원진이 지나치게 섹시한데 저만 그런가요..? 미친 것 같다고 생각했고 나는 이 곡 때문에 좀 제대로 입덕한 것 같다.
 
씁.. 무슨 섹시무새처럼 너무 섹시에 대한 이야기만 한 것 같은데 음악 자체도 여러 포인트가 다 개좋았다. (랩은 잘 모르기도 하고 다 너무 좋아서 언급하지 않겠다) 밑에 계속 깔리는 베이스 미끄러지는 우웅~ 웅~ 소리 너무 좋고.. 끈적한 신스 소리와 규칙적인 비트 당연히 너무 좋고.. 그리고 목소리 나오는 벌스 훅 다 끝난 다음에 신스 왕~ 하면서 다들 돌아섰다가 다시 빰밥빱빱 하면서 감전되는 부분이 있는데 내 생각엔 음악으로는 그 부분이 핵심임.. 마무리에 이런 장치를 깔아놓다니 감동적일 지경..
 
여하튼 음악과 사람 목소리들과 댄스와 가사와 컨셉 모두가 멋지고 섹시하고 훌륭한 노래라고 할 수 있겠다.
 
 

Armadillo

이건 처음 들었을 때부터 걍 노래가 개좋았다. 음악이 맛있다. 이것도 약간 섹시한 느낌이 있는데, 섹시느낌이 아예 대놓고 목소리 깔고 작정하고 유혹하는 느낌이면 아르마딜로는 허세 부리고 뽐내는데 힙합 가사들이 자주 그렇듯 가사 자체는 좀 하찮지만 듣다 보면 은근히 섹시한 느낌이 있다.
 
내 생각엔 맨 처음 & 중간중간 나오는 병언의 랩 음색이 섹시해서가 큰 것 같다. 낮고 차분한 중저음 랩 누가 이겨. 그 다음 나오는 오메가사피엔의 랩은 찰지고 즐겁다. 그리고 맨 처음에 나오는 Mmm, smells like Balming Tiger 부분이랑 중간중간 나오는 댓츠롸잇~ 이 부분도 중독성 개쩔탱.
 
이 노래를 내 스토리에 공유했더니 친구가 이 노래 뮤직비디오를 보라고 보내왔다. 봤는데 뮤직비디오가 개이상했다.. 그리고 친구가 랩한 사람 중 한 명 이름이 병언인데 유벙언을 딴 거라면서 무슨 생각으로 지은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무위키를 찾아봤더니 아래의 이유였다고 한다.
 

바밍타이거 병언 이름 유래

 
지금은 바밍타이거에서 탈퇴한 멤버인데 이제는 본명으로 & 다른 밴드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아무리 그래도 이름을 붙일 게 따로 있지 이상하고 생각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유튜브에 병언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있길래 봤는데 진짜 한국과 멀리 떨어져 살아온 삶이었고 진짜 몰라서 썼던 것 같다.

어쨌든 아르마딜로는 멋진 톤과 플로우로 전개되는 곡이라 즐겁게 여러 번 들었다.
 
 

Buriburi

처음에 나를 혼란에 빠뜨린.. 바밍타이거를 처음 알게 한 바로 그 노래. 처음에 이걸 들었을 때 진짜 적잖이 당황스러웠고, 그 다음엔 웃기고 익살스러운 노래라고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이 곡이 진짜 진국이다. 
 
 

유니크하다 못해 괴상한 나의 두 볼기짝 (hey)
자유롭게 (자유롭게) 흔들어 놓네 (흔들어 놓네)
높아짐, 예, 날 이해하려 하지 마, 굳이

네가 얼타는 이유를 난 몰라
그냥 노는 거지 뭘 뭐가 그리 목을 졸라

 

세상 가장 찬란했던 눈부신 그날은
지금이야 순간을 살아
미워해 뭐하니 편 가르기는 그만
후회 없는 네 삶을 살아
그대 가슴 깊은 곳 잡것들은 그만
미련 없이 성불해 살아
세상 가장 찬란했던 눈부신 그날은 (hey)
Buriburi, shake, shake your buriburi

 
 
곡의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지만 인간극장 느낌으로 가사를 인용해봄 하하~
 
 

바밍타이거 - Buriburi (MV)

 
처음에는 키치하고 발랄하게 귀를 간지럽히면서 화려하게 총천연색으로 퍼지는 멜로디와.. 저 옷걸이에 걸린 채로 골반만 움직이는 것 같은 단체 춤과.. 해괴한 부리부리 엉덩이춤이 당황스러워 눈을 뗄 수가 없었는데..

여러 번 계속 보고 들을수록 가사가 정말 불교 그 자체고.. 성불이고.. 해방이고.. 자유고.. 니체고.. 긍정이다. 선물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볼수록 너무 유쾌하고 즐겁고 자유로움.. 이런 노래가 존재하다니 존나 너무 감명을 받았다.
 
아마 노래와 가사만으로는 이 노래에 이 정도로 빠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일단 처음 봤던 저 열린음악회 무대가 너무 센세이션이었고(진짜 이상한 사람들인 것 같아서 당황했음) 저 무표정 엉덩이춤(골반춤?)과 자체 빙글빙글 돌면서 노래부르기라는 고급스킬과.. 이런 노래가.. 라이브가 되는 거였어..? 심지어 춤을 추면서 불러..? 라는 놀라움을 주는 비제이원진의 놀라운 보컬.. 그냥 뭐 하나 빠뜨릴 구석이 없는 pure gold임..
 
우리 모두 자유롭게 볼기짝을 흔들며 열반에 이릅시다..
 

바밍타이거

 
참 나는 소금이 바밍타이거 소속인지는 정말 몰랐다. 다른 밴드 음악에서 피쳐링으로 자주 들었어서 목소리랑 이름은 익숙했는데 저 열린음악회 부리부리에서 다른 멤버들이 무표정이든 말든 제일 행복하게 열심히 춤추는 저 사람일줄은 진짜 몰랐어∙∙ 그래서 오히려 더 좋았다∙∙ 스크린을 뚫고 전해지는 저 신남 너무 좋다∙∙
 
 

마치며...

뭔가에 빠지면 항상 그렇지만 이번 글도 정신나간 사람처럼 막 썼는데 내 생각엔 앞으로 바밍타이거 붐이 올 것 같다.
 
제가 또 지난번에 실리카겔 글을 쓰고 나서 몇 개월간 훅 실리카겔 붐이 올라왔잖아여? 하하~ 이젠 바밍타이거 차례야. 약간 20k 아래에 있는 비트코인 보는 느낌이라고..

미친 사람처럼 실리카겔만 듣는 근황 (부제: 실리카겔 입덕 후기)

미친 사람처럼 실리카겔만 듣는 근황 (부제: 실리카겔 입덕 후기)

미친 사람처럼 실리카겔만 듣는 근황근 몇 주간 미친 사람처럼 밴드 실리카겔의 음악만 듣고 있다. 실리카겔을 예전부터 알긴 알았는데, 몇 년 동안 아주 느리게 스며들다가 이번 펜타포트 라이

sobi-lux-mea.tistory.com

 

바밍타이거 들으면서 실리카겔과 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실리카겔은 좀 점잖고 의젓한데 바밍타이거는 더 본능적이고 나사를 풀어버리고 벗어버린(?) 것 같다는 차이는 존재한다. 근데 인제 그게 매력인.. 지나치지 않고 정도가 좋다고 느꼈다.

힙합을 잘 알지도 못하고 자주 안 듣기도 하지만(좋은 곡들도 많고 멋지고 실력있는 래퍼들도 많지만 같잖은 허세만 부리는 거품 같은 사람들도 너무 많아서 힙합이라는 장르와 한국 힙합의 멘탈리티 자체에 회의감이 오거나 장르 자체가 피로하게 느껴질 때가 있음) 바밍타이거는 들으면서 불쾌한 게 없었고 이게 힙합이지라는 느낌이 좀 있었다.
 

바밍타이거 인터뷰 사진
자유롭고 순수한 느낌

 
물론 바밍타이거는 공식적으로 얼터너티브 케이팝을 표방하고 여기에도 물론 많이 공감하고 동의하지만.. 힙합의 정신을 생각한다면 좋은 힙합이기도 한 것 같다. 자유롭고.. 소탈한.. 틀을 깨는.. 순수한.. 열반 느낌.. 약간 힙합계의 실리카겔 친구칭구 느낌.. 어쨌든 성격이 다르더라도 결국 순수한 음악은 다 통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펜타포트에서 바밍타이거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부리부리 꼭 무표정으로 따라추고 말테야. 자 여러분 미리 바밍타이거를 들어두세요.
 

비제이원진 데이즈드 화보
섹시느낌으로 마무리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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